나이 서른이 넘으니 서울이 부쩍 좁게 느껴진다. 서울 하늘 아래 지난 인연과 마주치지 않는 길이 없으니... 어느 노래의 가삿말처럼 '마냥 걷다보면 추억을 또 마주치는' 좁고 좁은 서울의 거리.
강남역을 걷고 있자니 문 닫힌 빌딩 옆에서 남몰래 나눈 키스가 생각나고, 종로를 걷고 있자니 그와 함께 마신 막걸리 맛이 입안을 맴맴돈다. 대학로에는 내가 졸졸 쫓아다니던 빨간 모자 오빠의 뒷모습이 보이고, 홍대앞 삼거리에는 나를 보며 손을 흔들던 그 남자가 아직도 그자리에 서 있다. 광화문 사거리에 남아 있는 선배의 향기를 맡으며 걷고 있노라니 청계천 바위에 앉아 있는 남자 세 명이 우르르 떠오른다. 어이쿠! 너를 만나도 그가 생각나고, 그를 만나도 너를 생각 할 수 밖에 없는 참 좁은 서울.
그 남자들도 그곳을 지나치며 나와의 추억을 마주치며 살고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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