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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8/12'에 해당되는 글 2건

  1. 2008/12/09 대학에 가면 남자가 줄을 선다고!? (9)
  2. 2008/12/05 이런 거.. 하자고 하면 도망갈거지? (4)

"얘들아, 대학에 가면 니들 뒤로 남자가 줄을 서거든!? 지금은 열심히 공부하렴."

 

선생님 말씀이라면 무조건 믿지 않거나, 일단 의심부터 하곤 했던 내가 선생님의 저 문장 하나만큼은 철썩같이 믿었다.

 

나는 초,중,고를 모두 '남녀공학'에 다닌'행운아'이면서, 동시에 그 비일비재한 연애사건 중 어느 하나의 주인공도 되어보지 못한 '불운아'이기도 했다. 어떻게 해도 정리가 되지 않는 나의 뻗친 단발머리와 위아랫니에 나란히 사이좋게 깔려 있던 치아 교정기. 이리보고 저리봐도 볼 품 없었던 내가 저슬픈 운명의 길을 걸었던 건 어찌보면 당연한 일인지도 모른다.

 

하지만, 시간이 지나면 나도 성인이 되서 머리를 마음껏 기를 수 있을 것이고, 또한 스무살이 되기 전에 교정기도 모두 철수시킬 예정이었기에, 나 역시 예뻐질 것이고, 선생님 말씀대로 내 뒤에도 남자들이 줄을 설 날이 오리라 '굳게' 믿었다.

 

줄을 서시오!!!

 

대학에 가보니 사람들이 정말 여기저기 줄을 섰다. 여자 신입생을 보는 선배들의 눈은 누구보다 초롱초롱하게 빛났고, 이에 질세라 남자 동기 녀석들도 여기저기 줄을 섰다. 그러나, 신기하고 들뜬 마음으로 바라보던 것도 잠시. 내 뒤를 돌아보니 아무도 없더라. 아무도..... 그 줄!! 내가 섰다. 요즘 말마따나, 이게 뭥미.

 

유난히 인기가 많았던 K선배 뒤에 줄을 서서, 예쁜 친구에게 밀리고 잘난 친구에게 밀리며 눈물과 아픔으로 점철된 시절을 보냈다. 핑크빛으로 물들 줄 알았던 내 스무살의 사랑이 그후로로 오랫동안 참 많이 아팠다. 선생님은 거짓말쟁이. 아니, 내가 누굴 탓하겠는가. 다른거 다 믿어도 믿지 않아야 할 단 한 문장을 믿어버린 내가 바보다.

 

그후로도 오랫동안 나는 열심히 줄을 섰다. 그 줄이... 참~~~ 안줄더라..

 

 

Posted by 슈테른

다시 꺼내 쳐다보기조차 힘들었던 레이첼야마카타 Rachael Yamagata 를 무덤덤히 듣고 있다.

그럴 때도 됐다. 시간이 꽤 흘렀으니까.

Fleur, Henri Matisse

 

늘 같이 있는 거.

할 얘기가 넘쳐서 시도 때도 없이 수다떠는 거.

계속 보고 싶고 무슨 생각을 하는 지 궁금한 거.

같이 웃고 같이 먹고 같이 자는 거.

묻으면 닦아주고 털어주고 힘들어하면 만져주고 쓰다듬는 거.

얘기하다 잠들고 얘기하다 아침 맞는 거. 그래도 하나도 안피곤하고 안아까운거.

바라보다 발을 삐끗하고 넘어질뻔하니까 낄낄거리는 거.

죽이고 싶을 만큼 질투가 나는 거.

가끔은 정말 사랑하는지 확인하고 의심하는 거. 대답 듣고 안심하는 거.

다툰 날은 손에 아무것도 안 잡히는거.

무작정 집 앞에 찾아가 스무 시간씩 기다리고서라도 얼굴 마주 하는 거.

그럼 말없이 그냥 꼭 안아주는 거.

안 미안해도 미안하다 먼저 말하는 거.

심통내면 간질여 웃게 만들어 주는 거.

예쁘다 멋지다 최고다 아낌없이 뱉는 거.

머리에 리본 달고 깜짝 선물쑈 하는 거. 유치하다고 면박 주면 삐치는 거.

삐치면 토닥토닥 엉덩이 만져주는 거.

...

 

맨날맨날 이러는 거...

 

 

.......

 

이런 거.. 하자고 하면 피곤해 도망갈 거지?

도망가면..쫓아갈거같아. 나 아마..그럴거같아...

 

 

Posted by 슈테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