입술 찢어지는 줄 알았다. 첫 키스의 기억은 달콤하고 황홀하다는데, 나에게는 입술이 아팠다는 기억이 더 선명하다. 아쉽지만 어쩌겠는가. 그 친구나 나나 태어나서 처음으로 남의 입술을 뭉갰는데, 어찌 서툴지 않을 수 있었겠느냐고. (미안해 친구! 근데, 혹시 너도 아팠니?)
내 첫 키스는 친구들 사이에서 '매우' 유명하다. 성년의 날이었고, 그 핑계로 친구들과 함께 학교 과방에서 신나게 삼겹살 파티를 벌이다가 사라진 커플이었으며, 그 커플이 산 속에 자리한 학교에서 어둠을 뚫고 어디론가 멀리 간다는 건 쉽지 않았다. - 학교는 고맙게도 무난히 키스를 할 수 있을 만큼 어두웠다. -
만난 지 겨우 한 달 된 두 남녀가 공식적으로(?) '키스'라는 할 수 있는 성년의 날. 내가 남자친구와 함께 사라져서 무슨 일을 벌이고 있을지는 너무 뻔했고, 우리 학교를 일주일만 다녀본다면 누구나 그 일이 '어디서' 일어나고 있을지도 알 수 있었다. 그 모든 명확한 상황을 등에 짊어진 채, 나와 그 친구는 바로 '그곳'으로 사라져서 서툴게 키스했다.
'효진아! OO아!'
친구 녀석들이 삼겹살로 어지간히 배를 채웠는지, 계속 키득거리면서 목이 터져라 우리 이름을 불렀다. 사는 동안 내 이름이 그렇게 산자락에 절절히 울려 퍼진 적도 없을 것이다. 진지하게 키스를 하다말고 나와 OO이도 키득거리기 시작했다. 서로 서툴러서 웃음이 나기도 했고, 멋진 음악도 아닌 우리 이름을 부르는 걸걸한 친구들의 목소리를 배경 삼아 키스를 하는 것도 웃음을 참지 못하게 했다. 나와 OO이는 친구들의 사정거리 안에 있었지만, 조마조마하지는 않았다. 아무렴 눈치코치 있는 녀석들이 정말로 우리를 찾아 나무 사이를 헤치고 올 리 없었으니까. 자, 하던 키스 계속.
이렇게 하는 게 키스라는 거 맞나, 라는 쓸데없는 생각을 하며 키스를 하는 사이 얼추 시간이 지나갔다. 시작처럼 어색하게 서로 입술을 떼었다. 아, 다시 생각해도 무안하고 부끄러운 순간이었다.
거사(?)를 치르고 나의 OO이는 살포시 손을 잡고 과방이 있는 건물로 되돌아갔다. 오른쪽 아래 입술이 마취제를 놓은 듯 저려 왔다. 이러다가 친구들에게 도널드 덕 입술을 보여주게 될까봐 겁이 난 나는 OO이를 먼저 과방으로 보내고 - 난리가 났겠지? - 화장실로 달려갔다. 깨진 거울 안에 보이는 내 못난 입술. 메아리치듯이 계속해서 전해오는 입술의 진동과 달리 생각보다 멀쩡했다. 집게손가락으로 입술을 두드려 보기도 하고, 찬물로 토닥여 주기도 했다. 여전히 저렸지만, 그나마 내 심장은 아주 조금씩 안정이 되어갔다.
그렇게 그날이 지나가고 있었다.
나름 격렬했지만 서툴렀던 키스와 더불어, 한 송이에 10살이라는 신기한 장미 두 송이와 정체 모를 브랜드의 향수까지. 문학동아리 친구 '진환'이의 배려(?)로 친구들과 함께 ‘사월문학’ 동아리 방으로 우르르 몰려 들어가 친구들 사이를 비집고 누워 차츰 해가 떠오는 캠퍼스 한구석에서 손을 꼭 잡고 잠을 청했던 기억. 그 손안의 촉감마저 첫키스와 기억과 함께 살아 움직인다.
다시 태어나기 전에는 스무 살이 다시 올 리도 없고, 이미 여러 남자와 키스를 해보았으니 그렇게 서툴게 키스할 일도 없겠지? 첫키스가 달콤하진 않았지만, 그 추억만은 아주 달콤하게 남아 있다.